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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2024) 줄거리, 감상 포인트, 총평

by preciousrain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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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가여운 것들은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기묘한 과학 실험으로 되살아난 여성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의 성장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는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1992)을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의 현대적 재해석에 페미니즘과 사회 풍자를 더한 독창적인 SF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는 임신한 여성 빅토리아가 런던 다리에서 투신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녀의 시신은 천재적이지만 괴짜인 외과의사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게 발견되고, 그는 그녀의 태아 뇌를 어머니의 몸에 이식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존재가 바로 벨라 백스터입니다. 성인의 몸에 갓난아기의 정신을 가진 벨라는 갓윈의 보호 아래 서툰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갓윈은 의대생 맥스 맥캔들스(라미 유세프)를 조수로 고용해 벨라의 발달 과정을 기록하게 합니다. 맥스는 벨라의 순수함에 매료되며 그녀와 약혼까지 약속하지만, 벨라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이때 등장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벨라에게 리스본으로의 모험을 제안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벨라는 덩컨과 함께 런던을 떠나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로 이어지는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정에서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잔혹함, 인간의 욕망과 모순을 마주하며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빈민들의 고통을 보고 눈물짓고, 철학자와 사회주의자를 만나 사유의 깊이를 더하며, 매춘업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깨닫습니다. 결국 벨라는 자신을 창조한 갓윈의 세계로 돌아오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수동적인 피조물이 아닌,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존재입니다.

영화는 벨라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자유와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질문하며,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결말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감상 포인트

 

엠마 스톤의 경이로운 연기

엠마 스톤은 벨라 백스터 역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그녀의 연기 인생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아기 같은 말투와 서툰 몸짓에서부터 점차 성숙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벨라의 순수한 호기심과 세상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듭니다.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의 심장이자 영혼입니다.

몽환적이고 화려한 비주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시그니처인 기묘한 미장센은 이 영화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흑백으로 시작해 점차 화려한 색감으로 확장되는 화면은 벨라의 의식 성장을 상징합니다. 런던의 고딕풍 저택, 리스본의 동화 같은 거리, 알렉산드리아의 황량한 빈민가는 각각 독특한 색채와 질감으로 구현됩니다. 촬영감독 로비 라이언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검은 수선화에서 영감을 받아 어안렌즈와 광각렌즈를 활용,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IMAX로 보면 이 비주얼의 디테일이 더욱 살아납니다.

사회 풍자와 페미니즘 메시지

영화는 19세기 남성 중심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여성의 자아와 자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벨라는 태아의 뇌를 가진 독특한 설정 덕분에 세상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시각으로 모순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문학에 여성의 목소리가 없는 점이나 남성의 독점적 욕망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객에게 웃음과 통찰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벨라의 성장은 단순한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 억압된 존재들의 해방을 상징합니다.

기묘하면서도 유쾌한 블랙 코미디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불편하고 기묘한 유머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벨라의 천진난만한 행동, 덩컨의 과장된 허세, 갓윈의 괴짜스러운 실험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드러냅니다. 특히 벨라와 덩컨의 리스본 여행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서글픈 순간들로 가득해, 관객을 끊임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웁니다. 이 독특한 톤은 란티모스의 전작 더 랍스터나 더 페이버릿을 사랑한 팬이라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캐릭터들의 매력적인 앙상블

엠마 스톤 외에도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미 유세프의 연기가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러팔로는 자기애 넘치는 덩컨을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으로 그려내며 극찬을 받았고, 대포는 기묘한 외모 뒤에 따뜻한 부성을 숨긴 갓윈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유세프의 맥스는 벨라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조연으로, 영화의 따뜻한 정서를 완성합니다. 이들의 케미는 영화의 기묘한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총평

 

가여운 것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장 야심 찬 작품이자, 몬스터 영화와 성장 서사, 블랙 코미디가 절묘하게 뒤섞인 걸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기묘한 설정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 자유, 그리고 자아 형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벨라 백스터는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처럼 태어났지만, 그녀의 여정은 억압과 관습을 넘어 스스로를 정의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강점은 역시 엠마 스톤의 연기와 란티모스의 독창적인 연출입니다. 스톤은 벨라의 순수함과 성장을 완벽히 체화하며 관객을 그녀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란티모스는 화려한 비주얼과 날카로운 풍자로 그 세계를 생생히 구현합니다. 여기에 제스킨 펜드릭스의 독특한 사운드트랙과 홀리 와딩턴의 화려한 의상, 제임스 프라이스의 미술이 더해져 영화는 시각적·청각적 축제를 완성합니다.

다만, 영화의 파격적인 노출 장면과 기묘한 설정은 일부 관객에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로튼 토마토 92%, 메타크리틱 88점으로 호평받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성적인 주제로 인해 취향이 갈릴 수 있죠. 그럼에도 팝콘 지수 79%와 15.6만 관객(국내 기준, 2024년 6월)을 기록하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벨라가 알렉산드리아의 빈민가를 보며 눈물짓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순수한 공감은 세상의 잔혹함을 마주한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주며, ‘가여운 것들’이 단순히 벨라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포함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가 단순한 풍자를 넘어 따뜻한 인간애를 품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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