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화 미키 17의 배경은 2054년, 인류가 얼음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는 근미래예요. 주인공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는 평범한 청년인데,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 망해서 큰 빚을 지게 돼요. 사채업자가 "빚 못 갚으면 죽는다"라고 협박하자, 미키는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하죠. 기술도 능력도 없는 그는 얼음 행성 개척단에서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직업을 선택해요. 이게 뭐냐고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죽으면 복제 프린터로 새 몸을 만들어 다시 깨어나는, 말 그대로 '소모품 인간'이에요.
미키는 독가스 실험, 방사능 테스트, 외계 생명체와의 싸움 같은 끔찍한 일을 겪으며 16번이나 죽고, 이제 17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안팀 요원 나샤(나오미 애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힘든 나날을 버텨냅니다. 어느 날, 미키 17은 외계 생명체 '크리퍼' 샘플을 채취하라는 임무를 받고 크레바스에 빠져요. 절체절망의 순간, 친구 티모가 비행선으로 나타나지만 "넌 어차피 복제되니까"라며 화염방사기만 챙겨 떠나버리죠. 그런데 놀랍게도 크리퍼들이 미키를 구해줘서 그는 간신히 본부로 돌아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돼요. 본부에서는 미키 17이 죽었다고 오해하고 이미 미키 18을 프린트해버렸어요. 미키 17이 방에 들어가 보니, 똑같은 얼굴의 미키 18이 침대에 누워 있는 거예요! 이 상황을 '멀티플'이라고 부르는데, 복제 인간이 동시에 존재하면 규정상 둘 다 폐기해야 한다고 하죠. 미키 17은 얼떨결에 미키 18과 싸우다 기절하고, 깨어나 보니 상황이 더 복잡해져 있어요. 미키 18은 미키 17보다 더 강하고 냉소적인 성격이라 둘의 충돌은 점점 커집니다.
한편, 행성을 통치하는 독재자 마셜(마크 러팔로)은 개척민을 억압하며 자기 욕심만 채우고 있어요. 미키 17과 18은 나샤와 함께 마셜의 부당함에 맞서기로 결심하죠. 크리퍼들과의 뜻밖의 연대도 생기면서, 이들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요. 과연 미키는 이 혼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긴장과 웃음, 감동을 오가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감상 포인트
봉준호표 블랙코미디와 사회 풍자
봉준호 감독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웃기면서도 씁쓸한 블랙코미디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죠. 미키 17에서도 이건 여전해요. 미키가 죽고 복제되는 과정이 어이없을 정도로 코믹하게 그려지는데, 한편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도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요. 마셜과 그의 아내가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현실의 권력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정말 소름 돋았어요. 특히 마셜이 소스를 만드는 데 집착하거나 사소한 일에 과민 반응하는 모습은 정치 풍자 그 자체! 웃다가도 찔리는 이 느낌, 봉준호 영화의 맛이에요.
크리퍼와의 만남과 따뜻한 메시지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 크리퍼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에요. 처음엔 무섭게 보이지만, 미키를 구해주고 서로 돕는 모습에서 인간보다 더 따뜻한 공동체를 보여줘요. 이건 옥자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줍니다. 미키와 나샤, 크리퍼가 함께 마셜에 맞서는 장면은 액션도 멋지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어요. SF 영화인데도 결국 인간적인 사랑과 연대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손길이 느껴졌어요.
로버트 패틴슨 의 두 얼굴 연기
미키 17과 미키 18, 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데, 정말 같은 배우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느껴져요. 미키 17은 착하고 순진한, 좀 얼떨떨한 매력이 있는 청년이에요. 반면 미키 18은 날카롭고 자신감 넘치면서도 약간 무서운 분위기까지 있죠. 특히 둘이 대립하는 장면에서 패틴슨의 연기력이 폭발해요.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나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팬이라면 이번 연기에 푹 빠질 거예요. 봉준호 감독이 왜 그를 캐스팅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총평
미키 17을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이건 진짜 봉준호 영화다"였어요. SF 블록버스터라는 큰 틀 속에서도 그의 색깔이 선명하게 살아있거든요. 1억 5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만큼 비주얼도 화려하고, 얼음 행성의 풍경이나 복제 프린터의 디테일은 눈이 즐거웠어요. 특히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고, 나오미 애키와 스티븐 연도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에요. "나는 누구인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의 가치는 뭘까?" 미키 17과 18이 서로 다투면서도 결국 함께 싸우는 모습은, 우리도 소모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결국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왔어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주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겼고, 크리퍼와의 연대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어요. 초반에 미키의 과거가 조금 더 다뤄졌으면 캐릭터에 더 공감했을 텐데, 빠르게 행성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살짝 아쉬웠어요. 또 멀티플 상황이 주는 긴장감은 좋았지만, 후반부 전개가 약간 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죠. 그래도 이런 단점을 덮을 만큼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높았어요.
흥행 면에서는 개봉 첫 주에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1억 2천만 달러를 넘기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어요. 평단에서는 "봉준호의 새로운 도전"이라며 호평을 받았지만, 기생충 같은 압도적 반응은 아니었죠. 로튼 토마토 평점 70%대, IMDb 7점대 정도로,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에요. 저는 이게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자기 색깔을 지키려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